지엔테크놀로지스, 선박 철 구조물 활용한 무선통신 기술로 글로벌 시장 확대

금속 구조물을 통신 경로로 활용하는 독자 기술 ‘metalWave’ 개발,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 상용화
국내외 조선소·선사 공급 확대, 글로벌 선박 85척 적용 및 일본 후루노와 전략적 협력 강화
운항선 개조·특수선 시장 진출, 2027년 상반기 선내 데이터 통신 제품 ‘metalLink’ 출시 추진
대형 선박은 수많은 철제 격벽과 밀폐된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관실과 밸러스트 탱크처럼 금속 구조물로 둘러싸인 구역에서는 일반적인 무선통신 신호가 원활하게 전달되기 어렵다. 선원 간 통신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블과 안테나, 중계 장비를 설치하지만,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통신 음영지역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박 내부의 통신망은 일상적인 작업 지시부터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까지 선원의 안전과 직결되는 기반 시설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지엔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문제를 금속 구조물 자체를 통신 경로로 활용하는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자체 기술인 ‘metalWave’는 금속 표면을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무선통신에서 전파를 차단하거나 반사하던 철제 구조물을 통신 매질로 활용한다. 이를 적용한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 ‘metalVox’는 국내외 조선소와 선사에 공급되고 있으며, 2026년 8월 기준 85척의 선박에 설치돼 운용 중이다.
지엔테크놀로지스의 기술 사업화를 이끄는 박철균 대표는 삼성전기에서 스마트폰 무선충전 솔루션을 개발한 무선통신 전문가다. 금속 소재와 전자기 신호의 관계를 연구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용 무선통신 분야에 진출했다. 스마트폰 내부의 제한된 공간에서 전자기 신호를 제어하던 기술적 경험은 대형 선박의 철 구조물을 통신 경로로 활용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선박용 음성통신 장비의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금속 기반 데이터 통신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무선충전 기술에서 출발한 금속 표면 통신 기술 개발
박철균 대표는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도쿄공업대학교에서 무선통신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삼성전기에 입사한 뒤 파트장 겸 수석엔지니어로 무선충전 솔루션 개발을 담당했으며, 2015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6의 무선충전 기능 개발을 총괄했다.
당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제품 디자인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금속 소재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속은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무선충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 스마트폰 후면에 금속을 적용하면 신호 전달과 전력 전송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 관련 부품의 구조와 배치를 함께 고려해야 했다.
그는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면서 금속이 전자기 신호에 미치는 영향을 다뤄왔고, 금속 기반 통신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 무선통신에서 신호 전달을 방해하던 금속을 오히려 통신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에서 다뤘던 전자기 신호 제어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2016년 설립된 지엔테크놀로지스는 해당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했고, 박 대표는 2017년 삼성전기를 떠나 합류했다. 기술을 처음 적용할 시장으로 선택한 곳은 선박이었다. 철판과 격벽으로 구획된 선박은 일반적인 무선통신에 제약이 많으면서도 작업자 간 안정적인 통신이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무선통신은 안테나에서 방사된 전파가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금속 구조물이 많은 환경에서는 전파가 반사되거나 차단돼 통신 범위가 제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테나와 중계 장비를 추가하지만, 선박의 내부 구조에 따라 배선과 설비 구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지엔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metalWave는 신호 전달 방식을 달리했다. 통신 장치와 금속 구조물을 전기적으로 결합하고, 금속 표면에 형성되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공기 중으로 전파를 방사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선박을 구성하는 철제 구조물 자체를 통신 경로로 활용한다.
이 기술을 선박용 무선 음성통신 장치로 구현한 제품이 ‘metalVox’다. 선박 내부에 장치를 설치하면 선원들은 기존 디지털 무전기를 활용해 통신할 수 있다. 금속 구조물을 신호 전달 경로로 이용하기 때문에 선박 내부 곳곳에 케이블과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설비 구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기준으로 기존 무선통신 시스템에는 약 2,000m의 케이블과 실내 안테나 28개, 신호 분배기 11개, 기지국 3대가 필요했다. 반면 metalVox를 적용한 구성에서는 약 100m의 케이블과 안테나 4개가 사용됐다. 해당 사례에서 케이블 길이가 약 95% 줄어든 것이다.
배선 규모의 감소는 선박 건조 과정에서 통신 설비의 설치 공정을 간소화하는 요인이 된다. 운항 이후에도 케이블과 관련 장비의 점검 범위를 줄일 수 있어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설비 구성과 절감 효과는 선박의 크기와 내부 구조, 통신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상용화를 위한 인증과 기술 검증도 진행했다. metalVox는 해양 항해·무선통신 장비 관련 국제규격 IEC 60945와 방수·방진 등급 IP56, 디지털 무전 관련 표준 및 KC 인증 요건을 충족했다. 2023년에는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 적용 설계에 대한 개념승인(AiP)을 받았다.
조선소 시운전을 거쳐 글로벌 선박 85척에 기술 적용
금속 기반 무선통신 기술의 사업화는 국내 조선소에서 시작됐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19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시운전용 장비를 납품하며 실제 선박 환경에서 통신 성능을 검증했다. 금속 격벽으로 구획된 선박 내부에서 신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조선소의 설계와 설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이었다.
2022년 현대중공업이 선박 기본 설계에 metalVox를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기반이 마련됐다. 선박용 주요 장비는 건조 이후 개별적으로 설치하기도 하지만, 상당수 시스템은 설계 단계에서 구성이 결정된다. 기본 설계에 제품이 반영되면 후속 건조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국내외 조선·해운시장에서 공급 실적이 이어졌다. HMM, SK해운, 현대LNG해운 등이 발주한 신조선에 제품이 적용됐으며, 해외에서는 크누트센(Knutsen), 셀시우스(Celsius), TMS 카디프 가스(TMS Cardiff Gas) 등이 장비를 도입했다. 또한 프랑스 해운사 CMA CGM과 일본 MOL의 주문도 확보했다. 2026년 8월 기준 국내외 선박 85척에 설치돼 운항 중이다.
해외 시장 진출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제품 공급 이후의 유지보수였다. 선박은 세계 각국의 항만을 오가며 운항하기 때문에 장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망이 필요하다. 기술 성능과 함께 글로벌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해외 선사와 조선소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지엔테크놀로지스가 협력 대상으로 선택한 기업은 일본의 선박 항해·통신 장비 전문기업 후루노(FURUNO)다. 양사는 2022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후루노는 2025년과 2026년 지엔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제품 공급을 위한 사업 협력이 자본 관계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도 강화됐다.
박 대표는 후루노와 협력한 배경을 설명하며 글로벌 유지보수망의 중요성을 짚었다.
“통신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AS망을 갖춘 후루노와 손잡았다.”
선박용 통신 장비는 설치 이후에도 장기간 안정적인 운용이 요구된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후루노가 보유한 글로벌 서비스망을 활용해 해외 선박에 대한 사후관리 대응 체계를 확보하고, 국내 조선소를 중심으로 구축한 공급 기반을 해외 선사로 확대하고 있다.
기술 개발 성과도 이어졌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2025년 11월 전파·방송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민간 상선에서 확보한 통신 기술은 군용 선박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 민군 기술적용 연구사업을 통해 함정용 다채널 metalVox를 개발했으며, 해군 구축함에 탑재해 실제 운항을 통해 신뢰성을 검증하고 있다.
상선과 군용 함정은 운용 목적과 통신 환경이 다르지만, 금속 격벽으로 구획된 내부 공간에서 안정적인 통신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기존 상선에 적용한 기술을 다양한 선박 유형에 맞춰 발전시키며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운항선 개조 시장 진출과 데이터 전송 기술로의 사업 확장
metalVox의 초기 공급은 새로 건조하는 선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선소의 기본 설계에 통신 시스템을 반영하고 건조 과정에서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신조선 시장에서 확보한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운항 중인 선박의 통신 설비를 개선하는 개조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운항선 개조는 신조선과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은 설계 단계에서 통신 설비의 구성을 결정할 수 있지만, 운항 중인 선박은 이미 설치된 장비와 내부 배선, 선체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 설치 공정과 장비 교체 범위가 제품 도입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제품 구성도 선박의 운용 환경에 맞춰 확대하고 있다. 두 개의 통신 채널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채널 제품을 통해 대형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 대한 공급을 추진한다. 해양플랜트와 해군 함정, 중소형 선박도 주요 사업 확대 대상으로 설정했다. 선박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통신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다음 기술 개발의 중심은 데이터 통신이다. 기존 metalVox가 선원 간 음성통신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차세대 제품은 선박 내부의 장비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연결하는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의 발전으로 선박과 육지 사이의 데이터 연결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 내부에서는 장비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기 위해 여전히 유선 네트워크가 활용된다. 금속 격벽과 밀폐 공간으로 구분된 선박 구조는 내부 무선 데이터망을 구축하는 데 기술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제품이 ‘metalLink’다. 기존 metalWave 기술을 데이터 통신에 적용해 선박 내부의 와이파이와 정보 전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운항 중인 컨테이너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통신 환경도 개발 대상에 포함된다.
metalVox가 금속 구조물을 활용해 선박 내부의 음성통신을 구현했다면, metalLink는 이를 데이터 전송으로 확장하는 기술이다. 선박 내부의 장비와 센서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무선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면 데이터 수집을 위한 배선과 네트워크 구성에도 변화가 가능하다. 실선 환경에서 1차 기술 검증을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7년 상반기 metalLink 기반 선내 와이파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확대와 함께 선박 안전통신의 제도적 기반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안전 관련 기준에 밀폐구역 통신 장비가 법정 안전장비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선박 내부 통신을 개별 조선소와 선사의 설비 선택을 넘어 국제적인 안전 기준과 연결하려는 접근이다.
박 대표는 선박 내부 통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선원이 처한 작업 환경과 안전 문제를 강조했다.
“배는 육지를 떠나면 하나의 독립체가 됩니다. 통신은 선박 내 안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죠.”
선박은 항해 중 외부와 분리된 공간에서 운영되며, 내부 통신의 안정성은 일상적인 작업 효율뿐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속 구조물을 이용한 통신 기술을 음성통신에서 데이터 전송으로 확대하려는 사업 전략 역시 이러한 선박 운용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
지엔테크놀로지스는 metalWave를 기반으로 선박용 음성통신 장비를 상용화하고, 국내외 조선소와 선사를 통해 실제 적용 실적을 확보했다. 현재는 신조선 중심의 공급을 운항선 개조와 특수선으로 넓히는 한편, 데이터 통신 제품의 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음성통신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과 고객 기반을 데이터 통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metalLink의 기술 검증과 상용화, 선박 유형별 제품 확대, 글로벌 유지보수 체계의 고도화가 주요 사업 과제로 제시된다. 선박의 금속 구조물을 통신 경로로 활용하는 기술이 음성통신을 넘어 선내 데이터 연결에 적용되는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다음 사업 단계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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